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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해부-외국제도 본뜨다 허점만 숭숭(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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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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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과연 내가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연금제도를 위협하는 것은 불공정·불공평·불합리한 지급규정에 대한 불만이다. 일부 단체들은 이를 내세워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연금이 도입된 지 17년. 연금 수령자가 100만명을 넘어 정착단계로 들어서야 할 지금에도, 국민연금 곳곳에는 시대착오적인 차별과 애매한 규정의 맹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의 현실과 다른 외국제도를 도입한 뒤 이후 실정에 맞게 손질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족연금의 성차별 문제이다. 연금 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하면 부인은 나이와 상관없이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연금가입자인 부인이 사망하면 남편은 60세가 넘은 상태여야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성차별 규정은 일본 제도에서 배워온 것이다. 이같은 규정이 남아 있는 나라는 그래서 일본과 우리뿐이다. 이미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모두 성차별 규정을 없애고, 연금 타는 연령을 남녀 똑같이 만들어 놓았다.
우리 제도는 또 1명이 2개의 연금을 탈 수 있는 중복연금을 금지하고 있다. 많은 서구 선진국가들도 한 사람에게 과다혜택이 주어진다며 이를 막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고 있는 서구 국가들은 연금의 역사가 70~80년이 되어 제도가 무르익어 있다. 하지만 우리 연금은 이제 초창기에 불과해 1인당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20만원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연금을 받더라도 그 금액은 아직 최저 생계비 수준에 그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연금은 오히려 저소득층에게는 생활보장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저소득층에게 연금에 활발히 참여할 기회를 준다. 그런데도 사회보험 원칙만 강조하다 보니, 우리 현실에서는 오히려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다.
60살이 넘어서도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있으면 서구 선진국들은 연금을 깎는다. 우리도 이런 외국의 제도를 본떠 ‘재직자 연금’을 만들었다. 60살이 넘어 소득이 있으면 첫해는 연금액의 50%를 지급하고, 61세에는 60%, 62세에는 70%로 차차 높여 나가 65세가 되면 제대로 된 연금을 받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만한 소득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느냐다. 우리나라는 이를 국세청의 면세 기준점인 연 500만원에 맞추었다. 월 42만원인 셈이다. 60살 넘어 월 42만원 벌이만 하게 되면 바로 연금액을 깎게 된다. 42만원은 우리나라 2인 노인가구의 최저생계비 60여만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현재 15년 이상 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타게 된 3만2931명 중 61.9%인 2만66명의 연금이 삭감되었다. 절반이 넘는 이들이 제대로 된 연금을 못 탄 것이다. 노인들은 이 때문에 “60살 넘으면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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