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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새판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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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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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실상밝히고 새판짜라
[국민연금 대해부] ⑴ 기금 고갈 위기
김동섭기자 dskim@chosun.com
국민연금 위기를 더 이상 정부의 땜질 처방에 맡길 수 없다.
시민들은 성난 목소리로 국민연금이 불공정·불공평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택시나 통장을 압류당한 사람들은 정부가 서민들의 재산까지 강탈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국민연금. 그런데도 저소득층은 보험료 내기를 싫어하고, 중산층은 용돈연금이라며 비웃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출발 당시 장밋빛 청사진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매월 월급의 3%를 내면 은퇴 후 평균소득의 70%를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계산법으로 ‘다가올 파국’을 숨긴 것이다. 하지만 10년만인 1998년 정부는 연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갑자기 나섰다.
2033년이면 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국민들을 압박했다. 결국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10년간 동결하되 받는 돈은 월소득의 70%에서 60%로 낮췄다. 보험료를 인상해야 했지만 국민들의 원성을 우려해 이를 다음 정권으로 떠넘겼다. 미봉책이었고, 당연히 연금의 수지타산도 맞지 않았다.
정부는 99년 도시 자영업자까지 연금을 확대했다. 하지만 소득을 파악할 수 없는 이들에게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거두겠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구상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민 노후보장이라는 공약에 집착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절반 이상에 대해 소득이 없다는 핑계로 보험료 납부를 일시 ‘유예’했다. 160만명은 지금까지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결국 체납자만 양산해 연금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또다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험료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득의 15.9%까지 올리되, 받는 돈은 평균 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춘다는 게 골자이다. 월 소득이 100만원이었다면 받는 돈을 6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내리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해야 2070년까지 연금 고갈을 미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욱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은 적자가 나면 국고로 지원한다고 법에 규정돼 있으나 국민연금은 이런 조항조차 없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은 당연하다. 국회는 오히려 작년에 국민연금공단 운영비의 50%를 국고로 지원하던 것을 40%로 깎았다.
우리의 연금 미래는 밝지 않다. 50년뒤에는 연금보험료를 낼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된다. 젊은 사람들의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이처럼 적자 구조와 인구 감소, 국민의 불신이라는 ‘3중고(三重苦)에 직면해 있다.
국민연금은 서구사회가 100여년에 걸쳐 개발한 노후보장책이다. 이런 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새 판을 짜야 한다. 정부는 연금의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밝혀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국민연금이 ‘노후 생계비의 일부일 뿐’인지도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얼마를 더 내고 덜 받을 지에 대해 합의하고, 미래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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