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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원칙과 기본부터 바로 세우자 <<생각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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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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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기본부터 바로 세우자/정홍주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2004. 06. 14.
요즘 웰빙 시대와 아침형 인간이 좋다고들 하지만 먼저 인간부터 돼야 한다는 따끔한 이야기가 시중에 떠돈다. 신체가 편안하고 건강하며 효율적 생활과 활동도 중요하지만 원칙과 신뢰가 세상에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쓰레기 만두소’ 사건 등 멋쩍은 일을 보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자괴감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장수기업비결에 관한 미국 경영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미래변화 예측력, 대외관계 관리능력, 우수인재 확보능력이다. 즉 기업이 오랫동안 유지·번영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비하며 기업 외부의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또한 유능한 인재를 내부에 확보하거나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요인, 외부 요인, 내부 요인은 그 성격을 구분할 수 있는 요소다.
이런 기업의 장수비결은 개인이나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개인의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 성실성은 생활인의 주요 성공 요인이자 또한 훌륭한 리더의 덕목이기도 하다. 국가의 경우 경제정책과 외교안보, 그리고 인적자원이 국가존망의 결정변수로 보인다. 성장과 분배, 그리고 개혁에 관한 확고한 국가정책, 대북관계 등 국가위험(Country risk)의 안정적 관리, 그리고 노사관계 및 교육시스템의 안정화 등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민거리다.
장수의 비결은 뒤집어 보면 단명의 리스크 요인이다. 미래에 관한 방향 설정이 시원찮거나 대외적으로 비난을 많이 받거나 내부에 무능한 자와 소란이 판치게 되면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는 버티기 어려워진다. 이렇듯 미래 요인, 외부 요인, 내부 요인은 모두 중요하고 또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그중에 특히 중요한 것을 찾는다면 과연 어느 것일까.
필자가 보건대 미래 요인이나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더 중요한 듯하다. 주변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과 반대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실패한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그렇다. 금융기관 및 기업의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운영위험(operation risk)이 최근 중요시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수백 수천번의 외침을 받고도 꿋꿋하게 버텨온 한국의 역사를 보면 내부 요인의 중요성은 재확인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좋은 음식을 먹고 남다른 교육을 받는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일류대학에 가는 비율이 약간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이 전부가 아니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에는 그런 우호적 외부환경이 근본 배경이 된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소위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 중 상당수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또한 전세계 금융기관의 파산 요인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금리변동 및 경쟁환경 등 외부 요인보다 내부의 준법의식 부족 및 통제시스템의 실패로 인한 파산이 더 많다고 한다. 예컨대 은행의 불법, 편법대출이 자산운용의 실패, 그리고 평판의 추락 및 예금자의 이탈, 그리고 유동성 위기 및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은행도산의 일반적 진행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사에 중국 등 외침이 수없이 많았지만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등 국가형태가 소멸된 결정적 이유는 주로 내분이었다고 한다. 내부분열이 없는 상황에서 순전히 외침에 의해 무릎을 꿇은 경우는 몽골침략기의 고려가 거의 유일했다고 한다. 국가의 기강이 바로서지 않고 내부의 여러 세력간 갈등과 알력 등 내부의 불안정은 외부로부터의 위협보다 훨씬 크고 위험하다.
내부의 원칙이 바로서고 기본질서가 유지되면 제아무리 환경변화가 심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기업과 국가는 유지되고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임직원과 국민은 오늘의 어려움을 기꺼이 수용하고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참을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한국의 가장 큰 위험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부재 또는 북한핵문제 등 외교문제라기보다 미흡한 국민통합이다. 확고한 원칙과 질서, 그리고 구성원간 상호신뢰를 이루는 리더십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주변환경이 어려울수록 더욱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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